4 / 15 (토) 천 원짜리 러브레터
저녁스케치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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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편지를 썼어
조폐공사 아저씨들이 알면
큰일 나겠지만

천 원짜리 지폐에
깨알 같은 글씨로
너의 안부와 나의 마음을 적었어

그 돈으로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샀어

언젠가 그 돈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거쳐
혹시나 네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느 날 네가 카페에서
헤이즐럿 커피를 마시고 받은
거스름돈 중에
혹시나 그 돈이 섞여 있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랬다면

너 돌아와 줄래?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 돈으로 영원히
내 마음을 사지 않을래?

유미성 시인의 <천 원짜리 러브레터>


어쩌다 헤어지게 되더라도
꼭 다시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병 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
타임캡슐을 묻기도, 사랑의 열쇠를 걸어두기도,
1년, 아니 10년 후에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기도 했어요.
터무니없어도 왠지 그 사람은 약속을 지킬 것 같은,
이기적인 걸 알면서도 꼭 이뤄졌으면 했던,
그 사랑이 운명이길 바라던 날이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