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 (화) 석양 증후군
저녁스케치
2023.05.02
조회 494
하루가 피를 흘리는 붉은 병 속으로
들어가요
어쩌면 오늘도 수고했다고 주는
와인병인지도 모르겠네요
다각형의 모서리마다 가시가 자라
물렁한 생각들을 찔러대는 저녁엔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화살의 끝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형체만 남아요
어둡기 전 기억 속으로 돌아가려 해요
이미 기억행 열차는 운행 마감이라는 걸
당신만은 모르고 있죠
이종곤 시인의 <석양 증후군>
붉게 물든 노을 끝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 오면
모든 것이 흐릿해집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혼돈과 방황만 있을 뿐.
그럼에도 가슴에 콕 박혀
지워지지 않는 아픔 하나.
곧 사라질 기억을 끝내 놓지 못해
노을 속에서 종종
마음의 길을 잃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