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6 (화) 지지 않는 꽃
저녁스케치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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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오기 전 하나의 씨앗이었다가
세상 속으로 떠밀려 나왔을 때
나는 꽃으로 불리었다

언덕 비틀며 아지랑이가 넘어올 땐
햇볕 잘드는 담장 아래서는
올망졸망 키작은 봄까치꽃으로
진종일 봄 햇살에 비벼댔었지

타는 듯한 목마름에 말라가던 여름날
지나던 소나기로 샤워하고
간혹 폭풍우와 천둥이 몰아쳐도
가지 끝에 매달려 안간힘으로 버텼어

건들바람 서늘하게 불어오는 들녘에
여린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가냘프게 보이는 건 설정일 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뚝심을 배웠지

계절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나는 어여쁜 꽃송이 처럼
찬 서리에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살아갈 테야.

김유진 시인의 <지지 않는 꽃>


우린, 하루는 슬픔 가득한 하얀 찔레꽃이었다가
비바람에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맞서는 꽃잔디였다가
상처받기 싫은 날엔 가시 많은 장미도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스스로 길을 찾는 민들레가 되지요.
그러니 순간의 좌절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말아요.
우린 그렇게 쉽게 지는 꽃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