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0 (월) 외로운 벗에게
저녁스케치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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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십니까,
운명이옵니다

몹시 그립고 쓸쓸하고, 외롭습니까,
운명이옵니다

어이없는 배신을 느끼십니까,
운명이옵니다
고립무원, 온 천하에 홀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계시옵니까
그것도 당신의 운명이옵니다

아,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전생의 약속인 것을

그곳에 그렇게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있는 것도

이곳에 이렇게
가랑잎이 소리 없이 내리는 것도

조병화 시인의 <외로운 벗에게>


아무리 인생이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거라지만
그 말조차 씁쓸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더라,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잘났든, 못났든,
들여다보면 비슷한 아픔과 외로움이 있더란 말,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곤 하죠.
그래서 ‘우리’라는 말이 좋습니다. 우리가 되는 순간,
운명처럼 느껴지는 고독도 견딜만한 일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