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7 (월) 겨울의 끝
저녁스케치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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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춧가루와
쓰린 소금과
달콤한 생강즙에 버물려
김장독에 갈무리된
순하디 순한 한국의 토종 배추
양념도 양념이지만
적당히 묵혀야 제 맛이 든다.

맵지만도 않고
짜지만도 않고
쓰고 매운 맛을,
달고 신 맛을
한가지로 어우르는 그 진 맛
이제 한 60년 되었으니
제 맛이 들었을까,

사계절이라 하지만
세상이란 본디
언제나 추운 겨울
인생은 땅에 묻힌 김칫독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인가
그 분이 독을 여는 그 때를 위해
잘 익어 있어야 할 그 김치.

오세영 시인의 <겨울의 끝>


김치는 인생의 삭풍을 맞으며
깊은 맛을 더해가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지요.
김치도, 삶도 계절이 돌고 돌 듯 희비를 오가며
오랜 시간을 거쳐야 제 맛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곧 봄동으로 산뜻한 겉절이를 해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기쁘게 묵은 김치를 먹게 되면 겨울이 곧 끝난다는 말.
길고 길었던 인내의 시간도 결국엔 지나갈 겁니다.
꽃이 피면 향기와 함께 우리 삶도 더 짙어질 테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