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 (금) 긴급통화
저녁스케치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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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어
저기 앞 공중전화로 발길을 돌린다
수화기를 들고 긴급통화를 누른 뒤
눈앞에 뵈는 번호를 누르지만
네 번 누른 뒤 뚜뚜뚜
조금 있다 딸깍
어디쯤 있는 것일까
언제쯤 나타나려고
그림자조차 보여주질 않나
지금 이 순간 통화돼
웃으며, 응석부리며, 장난치고 싶은데
어디 있길래 나타나질 않나
긴급통화를 해야 하는데
사랑해야 한다는
사랑 주고 싶다는
사랑받고 싶다는
아주 긴급한 내용을
전해야 하는데...

원태현 시인의 <긴급통화>


우리 어릴 땐 마음을 빨리 전하고 싶어 뛰고 또 뛰고,
더 오래 통화하고 싶어 동전을 가득 챙겨서는
한적한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곤 했었죠.
마음보다 행동이 앞서던 서툰 날들이었지만
긴급통화 버튼을 손에 쥐고도 누르지 못하는 지금,
벅찬 마음으로 공중전화를 향해 뛰던 그때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