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4 (화) 겨울나기
저녁스케치
202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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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겨울나기>
언 땅 속에서도 새싹이 움트고
삭풍을 맞으며 나무가 봉오리를 맺듯
모진 풍파에도 우린 앞으로 걸어갑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니까요.
그럼에도 삶의 무게를 견뎌내기란 힘듭니다.
하지만 바람 따라 계절이 흐르듯 시련도 지나갈 거예요.
그러니 그대, 쉽게 지지 않기를, 꼭 버텨내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