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7 (금)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저녁스케치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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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볼 리 없지만
읽어 볼 리 없지만
연분홍빛 고운 편지지에
그리움 가득 담아 편지를 씁니다

글자 하나에 당신의 미소가 떠오르고
글자 하나에 당신의 음성이 살아나서
더욱 보고픔이 짙어져 가도
이젠 부칠 수 없는 편지입니다

노란 바람같이 실려 오던 노래였는데
하얀 설레임이 앞장서던 만남이었는데
뒷모습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파란 하늘 속으로 숨었습니다

미우면 밉다고 하시지요
싫으면 싫다고 하시지요
가슴속에 고운 얼굴만 깊이 새겨두곤
그냥 말없이 떠났습니다

아지랑이 같이 떠나간 계절이 오면
연녹색 생명들의 부추김에 못이기는 척
그리운 날에 쓴 편지들을
나만의 빨간 우체통에 넣으렵니다

오광수 시인의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언 손을 호호 불어 녹여주던 다정함에
빈 가지 같은 마음엔 새싹이 돋아나고,
늘 내게로 고정 된 달달한 눈빛에
얼굴엔 이른 봄꽃이 피어나곤 했었지요.
미처 하지 못했던 고맙단 말,
이제야 눈 위에 살포시 적어봅니다.
봄이 오면 눈 편지가 녹아 그리움의 강을 타고
바다와 같던 그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