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6 (월) 힘쓰는 법
저녁스케치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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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라면 끓일 땐 언제나
한가운데 배가 갈라지도록
단번에 두 토막을 내곤 했다
별로 힘도 들지 않아서
사십 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힘은 쓰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빼는 것임을 아는 데
힘주어 두 발 딛고 일어선 뒤로
오십오 년이 걸렸다
힘들면 힘내지 말라고
그래도 힘내서 살아왔는데
라면 봉지 모서리 끝 톱니가
맥없이 뜯어진다
임장혁 시인의 <힘쓰는 법>
무조건 힘을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억울할 땐 이를 더 악 물고
버거울 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주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힘을 뺍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걸
휘어지지 않으면 부러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래도 인생의 힘 조절은 여전히 어려워
아직도 힘쓰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