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9 (목)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저녁스케치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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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멀쩡한데
발이 빠져나간
구두의 뒤축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았다

​보이지 않은 경사가 있다
보이는 몸이 그럴진대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마음의 경사여

​구두 뒤축도 없는 마음의 기울기는
무엇이 보정해주나 또
뒷모습만 들켜주는 그 경사를 누가 보아주나

​마지막 구두를 벗었을 때
생애의 기울기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어버릴 생이여, 비애여

​닳은 구두 뒤축 덕분에 나는 지금 멀쩡하게 보일 뿐이다

복효근 시인의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


신발 뒤축의 닳은 정도나 방향을 보면
그 사람의 몸의 상태를 알 수 있어요.
그렇게 마음도 쉽게 가늠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음이 닳아가는 정도는 아무도 알 수가 없죠.
그래서 더 자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해요.
신발처럼 바로 새것으로 바꿀 수도 없고
한 번 다친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으니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