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7 (토) 노안
저녁스케치
2023.01.07
조회 542

이상한 일이에요.
눈은 점점 흐려지는데
밝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
서로 얽혀 모호했던 것들이
점점 더 잘 보여요
심지어는 너무 또렷해서
눈에 밟히기도 해요
나무만 해도 그렇지요, 이전에는
어느 날 갑자기 이파리가 나오고
갑자기 붉어지거나 흩날렸는데, 이즘은
눈이 트이고 색이 짙어지는 모습
키가 자라고 굵어지는 변태가
순간순간 눈에 들어와요. 더 놀라운 건
밝고 뚜렷한 이면 가늘고 여린 것들
느리게 변화하는 것들이
조신하게 제 삶을 꾸리는 모습이에요
그러고 보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람 다를 바 없어요. 아무래도
더 자주 눈을 비벼야겠어요
이렇고 이런 세상 온전히 스미자면.

김재성 시인의 <노안>


거리를 두고 보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허투루 넘겼던 자연의 변화도, 소소한 행복도,
누군가의 아픔과 눈물도 볼 수 있지요.
그러니 노안이 아닌 혜안인 겁니다.
심연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어른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