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1 (수) 꽃 피우며 걸어요
저녁스케치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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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 언덕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모두가 고마움이네

시작과 끝이 똑 같지 않는
구불구불 길
더러는 자갈밭길
그 길을 말없이 걸었기에
담대하여라

새처럼 파닥거린 저 숲
유유히 흘려보낸 저 강
까치발로 걸었던 저 길
흔적으로 남는 숨결이어라

위로하며 서로 포옹하며
걸어온 길, 바라보니
수채화 그림
고풍스럽게 걸려있네

그대가 손 잡아주면 피던 꽃
그대도
내 손 잡아 꽃 피우세요

함께 꽃 피우며 걸어가요

고옥선 시인의 <꽃 피우며 걸어요>


가시밭, 돌밭 일궈가며 걸어온 인생길.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고된 길이었지만
사이사이 만난 들꽃이 있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지친 인생길에 꽃이 되어준 고마운 그대.
덕분에 강인하고 유연해졌으니
이젠 내가 그대의 들꽃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그대, 부디 어여쁜 꽃길만 걷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