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7 (화) 향수
저녁스케치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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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감나무 끝자락에
휘영청 둥근달 걸쳐 잠들고
반쯤 열린 사립문
바람결에 흐느적거릴 때
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뚝딱뚝딱, 토닥토닥
다듬이질 장단 소리에는
한 서린 엄마의 설움과 질곡이
묻어 나오곤 하였다
하얀 눈 내리는 겨울밤
길게 늘어선 담장을 따라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던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굽이굽이 실개천이 흐르던 마을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가
더욱 그리워진다
오늘처럼 향수가 몰려오는
스산한 겨울밤에는
김수용 시인의 <향수>
아기 우는 소리, 글 읽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삼희성’이라고 했다지요.
하지만 어머니에겐 고단함의 소리였을 겁니다.
어머니의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다정하게만 들리던 다듬이질 소리.
이따금씩 다듬이질 소리가 그리운 건 향수보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