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3 (금)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저녁스케치
2022.12.23
조회 566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러 싸여야 만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주는 사람과
얘기 거리도 있었노라고
작아서 시시하나 안 잊히는 사건들도
이제 돌아보니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있었노라고

그래서 우리의 지난날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웠으니
앞으로도 절대로 초조하지 말며,
순리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면서,
이 작은 가슴 가득히 영원한 느낌표를 채워 가자고

그것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과 재산이라고
우리만 아는 미소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미인이 못 되어도, 일등을 못 했어도,
출세하지 못 했어도, 골고루 갖춰 놓고 살지는 못해도
우정과 사랑은 내 것이었듯이
아니 나아가서 우리의 것이듯이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고자 합니다.

그대 내 가슴에 영원한 느낌표로 자욱 져 있듯이
나도 그대 가슴 어디에나
영원한 느낌표로 살아있고 싶습니다.

유안진 시인의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사랑도, 우정도, 인생도
느낌표로 마무리 지을 때가 아름답지요.

‘정말 사랑했을까?’ 보단 ‘더없이 사랑했다!’
‘나와 같을까?’ 보단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아!’
‘잘 살고 있는 걸까?’보단 ‘오늘도 참 잘살았다!’

누군가에게, 스스로에게 먼 훗날에도 지금도,
후회 없이 느낌표로 남는 우리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