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9 (화) 고기국수집에서
저녁스케치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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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자가 고기국숫집에 깃들었다
아비는 늙은 노새를 닮았다
어디서든 권위가 안 설 것 같은,
머리털이 몽당 빗자루 같은,
밑바닥 세월 견뎌가는 듯한,
왜소한 아비와 함께 온 두 남매가
쑥부쟁이처럼 고왔다
아비가 자식들의 그릇에
말없이 돼지고기 한 점씩 얹어주었다
나는 소싯적 찌든 아비를
얼마나 부끄러워했는가
가슴에 아리게 면도날이 서는데
서럽긴 해도
저들은 덜 아프겠다
김광렬 시인의 <고기국수집에서>
자식들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당신의 모습 따윈 안중에 없던 아버지.
회색빛 더벅머리, 까만 손에 박힌 굳은 살,
딱딱하게 굳은 어깨와 표정이 마냥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꼭 닮게 된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고독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진즉 알았더라면 독주를 들이키는 당신 곁에서
사근사근히 말벗이라도 되어 드렸을 텐데.
한 잔 따라드리기라도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