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7 (수) 해동
저녁스케치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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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얼려 둔 지난봄을 꺼낸다
죽순
엄나무 순
머윗대
위 칸을 가득 채운 봄을 하나씩 꺼내 들여다본다
날짜와 이름이 함께 냉동된 채 숨을 멈추고 있다
아래 칸에 넣어 둔 바다도 꺼낸다
갈치
고등어
조기
지느러미를 웅크린 채 애틋하게 바라본다
봄 사이사이
바다 사이사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어 있다
잘 먹고 건강해야지, 아프지 말고
엄나무 순 한 봉지를 꺼내 녹이자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목소리가
또르륵 흘러나온다
고경옥 시인의 <해동>
냉동고엔 사랑이 가득합니다.
고향에서 온 엄마표 먹거리,
지인이 보내 온 제철 식재료,
가족에게 주려고 소분해 둔 음식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뒤엉켜 있죠.
정리가 쉬 되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일 테지요.
유난히 마음이 상한 날엔 냉동실에 얼려 둔
사랑 하나를 꺼내 두곤 합니다.
사랑이 녹아 말을 걸어 올 즈음이면
응어리진 마음도 스르륵 녹아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