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4 (수) 밥향
저녁스케치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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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은 손에 퍼지고
술향은 입에 퍼지지만
밥향은 가슴에 퍼지네
꽃향은 눈을 적시고
술향은 입술을 적시지만
밥향은 마음을 적시네
꽃향기에 취해 한 시절
술향기에 취해 한 시절
밥향기에 취해 한 평생
꽃향은 사랑을 부르고
술향은 친구를 부르지만
밥향은 어머니를 부르네
꽃향은 아름다운 동화
술향은 먼 나라의 왕궁
밥향은 고향의 느티나무
꽃이여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술이여 너는 얼마나 뜨거운가
밥이여 너는 얼마나 눈물겨운가
다시 태어나거든 밥이나 되자
꽃도 말고 술도 말고
거짓 없는 아이 주린 배를 채워 줄
한 그릇 따뜻한 밥이나 되자
양광모 시인의 <밥향>
밥에는 오묘한 향이 납니다.
눈물과 함께 삼키던 서러움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든 기쁨도
배고픔보다 더한 삶의 허기를 채워주던
달큰 하고 다정한 어머니의 향기까지,
삶의 모든 향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가장 좋은 향이 뭐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밥향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람 사는 향기만큼 아름다운 향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