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7 (월) 중년의 가슴
저녁스케치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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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계절에 서서
산과들의 나뭇잎이
붉게 타듯
중년의 가슴도 타오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혹여 어떻게 들릴까
가슴에 상처는 아닐까
괜스레 걱정부터 앞서고
내 생각보다는 상대의
입장부터 챙기며 살아가는 중년
마음속에 있는 말 숨기고
다 말하지 못해
중년에 앓는 병도 찾아왔지만
바쁘게 산 것이 약이었지요
중년의 세월을 살지만
사랑 앞에서는
아직도 가슴이 뜨겁고
중년에 찾아온 사랑
한사람을 마음속에 품고서도
사랑 앞에 무모하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삭일 줄 아는 의지도 있습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과 잎새를 보며
뜻 모를 눈물로
흔들리는 가슴이 되기도 하고
사랑해도 될까요? 라는 빈말에도
소년 소녀처럼 가슴이 뜁니다
평온한 가정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살아가는 중년
연로하신 부모님의 자식으로
남편과 아내의 배우자로
자녀의 부모로
나이 들어가면서
애정을 보내야만 하는
형제간의 정도
이 모두를 아우르며
살아야 하는 중년이기에
어깨는 늘 무겁고
그 무게만큼 중년의 가슴에
고독하나 스며드는 늦가을입니다
그런 중년을 응원하며
우리들 중년의 탁자위에
마음으로
따뜻한 커피 한잔 놓고 갑니다
정연화 시인의 <중년의 가슴>
설령 열정이 고독이 되어버렸다 할지라도
불타오르는 마음까지 사라진 건 아닐 테지요.
설레는 맘으로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다
떨어지는 잎새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생을 움켜쥐고 있다가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을 하는 중년.
중년의 가슴은 그렇듯 언제나 뜨겁기만 한걸요.
그러니 금방 스쳐갈 고독에게 지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