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9 (수) 서성인다
저녁스케치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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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창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들어와 나 홀로 서성인다.
산뜻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 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얼굴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박노해 시인의 <서성인다>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이
자꾸만 마음 언저리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이쯤이면 삶의 깨달음을 얻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한치 앞도 알 수 없어 먹먹한 날.
이젠 무얼 좇아 살아가야 할까,
황량하기만 한 마음 가눌 길 없어
오늘도 늦가을 주위를 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