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4 (월) 놓았거나 놓쳤거나
저녁스케치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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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 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덩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
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
놓았거나 놓친 것만큼 큰 공백이 있을까
천양희 시인의 <놓았거나 놓쳤거나>
한 번 내달려보지도 못하고 돌고 돌아온 인생.
밀려드는 공허함에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그 모든 차선이 최선이었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망설이다 놓쳤던 사람들,
어쩔 수 없이 놓았던 일들이 텅 빈 가슴에
또 하나의 메아리가 되어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