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5 (화) 뭉클
저녁스케치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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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시력이 점점 흐려지는
사람에게
뭉클한 날이 자주 온다
희로애락
가슴을 버린 지 오래인
사람에게
뭉클한 날이 자주 온다
사랑이 폭우에 젖어
불어터지게 살아온
네가
나에게 오기까지
힘들지 않은 날이 있었을까
눈물이 가슴보다
먼저 북받친 날이 얼마나
많았을까
네 뒷모습을 보면서
왜 뭉클은
아니다 아니다 하여도
끝내
가슴속이어야 하나
이사라 시인의 <뭉클>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밥을 짓는 아내의 뒷모습에
헤진 외투 아래 축 처진 남편의 어깨를 보면서
언제 오느냐고 묻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뭉클.
세상에 절로 되는 것이 있을까
그 모든 애씀이 안타까워 또 한 번 뭉클.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될수록 잦아지는 뭉클함.
그렇게 우린 철이 들어가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