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3 (목) 발톱을 깎으며
저녁스케치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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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을 깎다가 아버지의 생을 본다
막걸리 한 사발에 웃으며 하던 말씀
세상은 엄지발가락 힘주고 사는 거라고
섣부른 기대감도 어설픈 고집도
자꾸만 자라나는 겁 없는 욕망들도
한 번쯤 속 시원하게 버리고 가야 한다고
오랫동안 거친 생을 지탱해 온 내 일부를
지나간 실패와 다정하게 보내며
내 안에 나에게 대한 겸손을 다듬는다
한성필 시인의 <발톱을 깎으며>
그냥 두면 거추장스럽고,
또 너무 많이 잘라내면 아프고.
손톱 발톱조차 적당히 다듬어야
탈이 나지 않는데 마음은 더하겠지요.
도통 힘이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심해진다면
마음을 파고드는 일들을 잘라내야 할 때.
더는 아파할 수만은 없기에
다시 힘주어 일어서야겠기에
오늘도 쓸데없이 자라난 상념들을
가만히 다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