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4 (금) 으스름 독백
저녁스케치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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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을 흩트리며
생각이 깊어진다
산에서 돌아오지 못한 염소가 없는지
땅거미가 대지를 충분히 뒤덮었는지
분주하던 하루를 조용히 내려놓는다

버스에서 내려 종종걸음 치는 퇴근길
성당 종소리 같은 별빛을 바라보며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일이 없는지
뒤를 돌아보며 감사기도 올린다

오, 연극 같은 하루하루여
무대 막을 내리는 으스름은 속삭인다
오늘도 무사히 잘 끝났어요, 축하해요
내일도 기적 같은 하루를 기대해요
편히 쉬어요, 안녕

박동덕 시인의 <으스름 독백>


짧은 해넘이를 뒤로하고 으스름 속에서
불빛이 하나 둘 밝아오는 시간이 되면
우리의 하루 역시 선명해져옵니다.
어떤 날이었는지, 시작인지 끝인지는 몰라요.
그 순간엔 모두의 하루가 반짝인단 것밖엔.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요.
내일이 기적은 아닐지라도
분명 오늘보단 나을 테니까.
수고 했어요.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