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듯 상쾌한 아침
춥다는 말로
호들갑을 떨며
출근길 대문을 나섭니다

마스크를 벗고 나니
가을 아침 공기가
얼마나 상쾌하고 맑은지
이제야
숨쉬기가 편해진 듯합니다

가로수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이 들고
보도블록 위에는
낙엽들이 하나둘 보입니다

상가 앞 화단의 꽃들도
가을빛을 머금고
잔잔한 향기를 풍깁니다

결실의 계절이자
사색의 계절인 가을
가슴에 그리움 한 자락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정연화 시인의 <가을 아침>

청명한 하늘, 알싸한 공기
모든 게 선명하기만 한 계절이지만,
마음만은 안개 속을 헤매듯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하지만 이 느낌이 싫지만은 않아요.
고독함과 그리움에 푹 빠져 허우적대도
뭐랄 사람 하나 없으니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도
그림이 되고 시가 되는 계절이니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