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5 (화) 우리의 사랑
저녁스케치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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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조차 당신에게만은
꽃 같은 말이었다
피고나면 지고 마는 그런 것,
바람에 떨리는 힘없는 손끝으로 무너지는
새파랗게 질려서
또 그렇게 질려서 숨을 죽이는
차가운 몸부림이었다
하늘을 다 바쳐 바라보고파서
가슴에 담으려 했던 얼굴
봄날의 호숫가에서 불러 보고파서
끝없이 사랑한다 했던 말들,
사랑한다는 말
그것은 당신과 내겐 꿈같은 말이었다
세상의 어둠속에 서서 울고 또 울먹여도
잡지 못하는 뜬 구름인 냥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참기 힘든 현실의 고통 앞에 놓인
먼 이야기였다
간절히 보고파서 두 눈 지그시 감으면
돌아서고 마는 얼굴
목메어 불러 보고파 가슴을 젖혀도
다가서지 않는 모습
당신과 내가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도 사치스럽고 두려운 말이었다
그냥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그리움의 늪이었다.
심성보 시인의 <우리의 사랑>
다가서면 잃게 될까봐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던 사랑이 있었지요.
어렵게 찾은 행복이 부서질까봐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하기만 했던 사랑도 있었구요.
마음이 가벼워 보일까봐 보고 싶단 말도,
사랑한단 말도 아껴두었던 바보 같은 그런 때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