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6 (수) 서랍을 정리하며
저녁스케치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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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것들을 비워내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잊고 지낸 기억들이
술래에게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몸을 사린다

손길 멈춘 사진 한 장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지 하며
물어올 것만 같아
서둘러 닫으려다 그만
마음 한 끝을 찧고 말았다

멍든 그리움이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다시 숨어버리고
잘 지내, 지금처럼만
서랍 속 메아리만 돌고 돈다

김은영 시인의 <서랍을 정리하며>


오늘은 꼭 정리해야지 하고 연 책상서랍.

어린 날의 고민이 담긴 다이어리
우정과 사랑이 담긴 쪽지와 편지들
사진 속 촌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미 정리는 뒷전,
신나게 추억여행을 하다
그만 낯선 그리움 앞에 멈춰섭니다.

익숙한 이름,
수도 없이 눌렀던 전화번호.
어떻게 지낼까, 잘 지내겠지... 하다
이내 고장나버린 마음.

결국 정리는 다음으로 미룬 채 서랍을 닫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