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8 (금) 가을 남자
저녁스케치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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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가을 남자가 간다
긴 코트를 입지도 않고
목깃을 세우지도 않고
커피를 뽑아 들지도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도 않고
단풍에 눈길을 주지도 않고
낙엽을 밟지도 않고
저기 가을 남자가 간다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
세상의 한 켠을 움켜쥔 손등에
푸른 힘줄이 철로처럼 뻗어 있는
저기 한 남자의 가을이 간다

양광모 시인의 <가을 남자>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되면
남자는 자신이 한 일들을 되돌아본다지요.
참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것 하나 없단 생각에,
이루지 못한 일들에 고개를 숙이게 된대요.
그런데요, 가족들도 다 알아요.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지금의 행복이 있다는 걸,
그러니 나그네 같은 고독이 찾아오거든
코트 깃에 그 감정을 감추려고 하지 말아요.
약해 보여도, 눈물을 흘려도 괜찮아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충분히 가을을 타세요.
누가 뭐래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