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 (수) 비빔국수를 먹으며
저녁스케치
2022.11.02
조회 624

동대문 시장
옷가게와 꽃가게 사이
비좁은 분식집에서
비빔국수를 먹는다

혼자 먹는 것이 쑥스러워
비빔국수만 쳐다보고 먹는데
푸른빛 상추, 채질된 당근
시큼한 김치와 고추장에 버물려진
국수가 맛깔스럽다

버스, 자가용,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뒤엉킨 거리
옷감 파는 사람과 박음질하는 사람
단추, 고무줄, 장식품을 파는
크고 작은 상점이 빼곡한 곳
가난과 부유가 버물려져 사는
동대문 시장

가족과 동료, 시댁과 친정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
나와 버물려져 사는 사람들

새콤하고 달콤하고 맵고
눈물 나고 웃음 나고
화나고 삐지고 아프고
그렇게 버물려진 시간들
울컥 목구멍에 걸린다

목필균 <비빔국수를 먹으며>


밥을 먹다가도, 아이들을 봐도 울컥,
단풍을 봐도, 낙엽 길을 걷다가도 울컥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지요.

좋든 싫든, 생각이 같든 다르든
서로 맞물려 버무려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니까.

섭섭함에 등지지 말고 마주 보고선
미운 정 고운 정 차곡차곡 쌓아가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