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30 (금)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저녁스케치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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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양현근 시인의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지나온 시간 뒤에,
떠난 사람의 등 뒤에,
하루의 끝 노을이 진 자리에,
덩그러니 그리움 하나가 남겨집니다.

외면할 자신이 없어 아예 돌아보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머리끝까지 차오르고야 마는 몹쓸 그리움.

그렇다면... 그토록 짙은 그리움이라면...
가슴 속에 하나쯤은 두고 살아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