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5 (수) 너무 쉽게 살았습니다
저녁스케치
2022.10.05
조회 571
삶이 힘들다 보니
아내가 바가지를 긁는 통에
참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마땅히 갈 곳도 없어
가까운 월미도를 찾아 갯바람을 맞으며
곪아 터진 맘을 날려 보낸다
여객선들이
가끔 오고 가는 부둣가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커피가 생각이나 작은 카페를 찾았다
젊은 여주인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는데
마음이 곱고 미모 또한
얼마나 예쁜지 천사 양귀비가 따로 없다
따뜻한 커피를 받아들고
커피 값을 주고받던 중 여인의 손을
좀 스치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손바닥이 얼마나 거친지
여인이 무슨 일을 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난 그 여인에게 "열심히 사시네요"
인사를 했다,
그동안 먹고 살려고 별별 일을 다 했겠지
난 여인을 다시 쳐다보게 되었다,
이런 연약한 여인도
살려고 노력하는데
난 너무 쉽게
살아 버린 게 아닌지
아기 손같이
고운 나의 손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사랑하는 아내도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을 쳤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젠 싸우지 않고
오늘 같은 휴일에도 집안일을 도우며
착하게 살아야겠다.
김득수 시인의 <너무 쉽게 살았습니다>
누구에게든 삶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제일 힘든 것도 맞아요.
그런데 푸념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아요.
아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도 있구요.
또 어쩌면 내 손에 쥔 작은 행복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일지도 몰라요.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보지 말아요.
소중한 건 늘 곁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