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1 (화)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저녁스케치
2022.10.11
조회 665

숫돌에 낫날 세워 웃자란 풀을 베면
속수무책으로 싹둑! 잘려서 쓰러지지만
그 낫이 삼천리강토의 주인인 적 없었다

풀은 목이 잘려도 낫에 지지 않는다
목 타는 삼복 땡볕과 가을밤 풀벌레 소리,
맨살을 파고든 칼바람에 울어본 까닭이다

퍼렇게 벼린 낫이여, 풀을 이기지 못하느니
낫은 매번 이기고, 이겨서 자꾸 지고
언제나 풀은 지면서 이기기 때문이다

민병도 시인의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잡초는 쉽게 죽지 않아요.
베어내고 뽑아내도 어느 샌가 다시 자라나 있죠.
그건 자신의 약함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나무와 경쟁해 이길 수 없기에 몸집을 줄이고
어디서든 빨리 자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거죠.
드넓은 세상 속에서 우린 작고 연약한 잡초일지 몰라요.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우릴 쉽게 쓰러뜨릴 순 없어요.
끝까지 버텨내는 쪽이 결국 이기는 법이니까.
강함은 부드러움을 꺾을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