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6 (금) 친구
저녁스케치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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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천양희 시인의 <친구>


위로가 필요할 때면
입바른 소리로 더 속상하게 하고,

흥에 겨워 날뛸 때면
따끔한 충고로 찬물을 끼얹지만,

눈물 콧물 흘리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모든 일을 함께 겪고 견뎌 준 고마운 지기들.

들어도, 불러도 언제나 정겨운 이름, 친구.

마음의 방황이 길어지는 계절의 끝에서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 둘 떠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