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30 (화) 틈새 때문입니다
저녁스케치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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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돌로 만든 담이 있습니다

그 돌담은
시멘트로 두껍게
막아 놓은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게
켜켜이 둘러막은 담이 아닙니다

엉성하리만큼 틈새가 있고
견고함에 있어서는
어디 내세울 것이 없는
그런 돌담입니다

그렇게 생긴 돌담은
모진 바람을 잘도 이겨냅니다

틈새 때문입니다

돌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바람이 지나는 길을 내준
돌담 사이의 그 엉성한
틈새 때문입니다

바람이라는 장애물에 맞서
대항하기보다 지나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돌담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문영주 시인의 <틈새 때문입니다>


온몸으로 막으려 해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가도
거스를 수 없는 일들이 있지요.
그럴 땐 달리 방법이 없어요.
바람처럼 흐르게 놔두는 수밖엔.
그래서 마음에도 작은 틈새가 필요해요.
시련이 스쳐지나갈 수 있도록
따스한 마음이 스며들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