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5 (월) 등
저녁스케치
2022.09.05
조회 563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 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가 살고 있다
서안나 시인의 <등>
아닌 척, 센 척, 괜찮은 척.
그 많은 척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곳.
등은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힘들 때 등을 토닥여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하죠.
누군가의 아픈 등을 만나거든
가만히 어루만져 주세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