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6 (화) 그 아이
저녁스케치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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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맣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 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그 아이 이슬밭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가지예요.
올해도 부탁은
그 아이 잘 데리고 다니며
잘 살길 바라요.
윽박지르지 말고
세상 한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한해의 끝날 까지 가주기 바라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나태주 시인의 <그 아이>
누구에게나 마음속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지요.
종종 떼를 쓰며 우는 철부지지만
잘한다, 예쁘다 칭찬하면 춤을 추는 아이.
맑고 고운 그 아인 사랑 하나면 충분하답니다.
그러니 점점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따라
그 아이의 마음도 자랄 수 있도록
올 가을엔 나부터 먼저 보듬어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