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6 (금) 손잡이들
저녁스케치
2022.09.16
조회 538
흔들려도 잡아줄 사람 없었지
어쩌다 내미는 손들은
객차가 휘청이던 순간뿐
너 할 수 있는 건
휘어진 철도선에 몸 맡겨
저 혼자 떠는 일
6호선 종점 봉화산역에 닿았을 때
너를 잡아 내리던 한 사내
두 손 올려 붙들고 파르르 떨고 있네
어깨에 파묻은 고개 한 번 못 들고
승객들 다 내리는데
벗어나고파 몸부림치던 지하의 시간
네 몸 흔들던 그의 슬픔에
너는 그 맘 멈추었지
휘청이는 것에는 왜
휘청이는 것들만 매달리는가
손민정 시인의 <손잡이들>
출근길엔 잠에 취해, 퇴근길엔 피곤에 절어
덜컹이는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도 흔들흔들.
어떤 날은 깊은 상처와 구겨진 자존심에
길을 걷다가 휘청거리기도 하죠.
그럴 땐 우리란 이름의 손잡이를 잡아요.
흔들려 본 사람은 휘청이는 그 마음 잘 테니.
어떤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꼭 붙들어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