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1 (목) 풀벌레 소리
저녁스케치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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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땡볕이고
열대야라고 해도,
밤이 되면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기차가 철교를 지나고
자동차들이 매연을 뿜어도
자전거들이 씽씽 달리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해도
강가에 나가면 풀벌레들이
고운 목소리로 합창을 한다.
강하고 억세고 매운 것들이,
바쁘고 요란한 것들이
세상을 다 잡고 흔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작고 여리고 조용한 것들로
세상은 이루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숨은 듯한 사람들이
드러난 사람들을
작은 목소리로 감싸 안아주고
여린 것들이 강한 것들을
품어준다
시간은 언제나 풀벌레 편이다.
세상은 늘 작은 사람들 편이다.
정용철 시인의 <풀벌레 소리>
누군가의 하루 끝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모두가 잠들었을 때 깨어 일하는 사람들,
남들이 꺼리는 일을 감내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열심인 사람들,
그런 작은 우리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보니 결국 세상은 내 편이더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