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7 (수) 쓸모 있는 관계
저녁스케치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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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알고 얼굴은 주춤거리는

흐릿하거나 선명해지더라도
어제나 내일처럼 흘려보내면서
안부도 묻지 않는

지우거나 잊어버려도 서운하지 않아요
기억이란 약간 기울어진 어깨
곧 깨지고 마는 유리잔이니까요

퍼낼수록 스며들고 촉촉해지는 관계

차오르는 것은
하지 못하는 말처럼 맑게 반짝거리고
이름만 들어도 쿵쾅거리며 죽을 거 같아요

그냥 그뿐이에요

너무 멀거나 가까워서 절대 가질 수 없는
둥글고 뾰족하여 가지고 싶지 않은
무참히 버려져도 그만인

불편하지 않아서 꽤나 쓸모 있는

이향란 시인의 <쓸모 있는 관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치이다 보면,
잘 아는데 가깝지는 않은
분명 넘기 힘든 선이 있는데
그 선이 있어 오히려 안심이 되는
그런 관계가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조금은 느슨하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는 않은
그렇게 사람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