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0 (토)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저녁스케치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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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껍질을 벗기는데
울컥, 영락없이 아버지를 감쌌던 수의다
버스럭버스럭 아직 뻣뻣하다
덥수룩한 머리칼에 실바람이 촉촉하다
아니 아 버 지
여태 여기 계셨어요
푹 삶아 낱낱이 발라 먹고 뜯어 먹고도
무얼 더 빼 먹을 게 있다고
못 가시게 붙들고 있었나
“그래도 제 이빨이 좋은 거여” 손사래를 치시어
모른 척 금니 하나 끼워 드리지 못했다
태워 가는 일이 사는 일이라 하시며
부서진 이를 빼내고
꾹 눌러 두신 불뚝심지를 꺼낸다
타다 만 불씨도 없이 허옇다
제발 나에게서 도망치세요 아버지
억지로 밀어 넣는다
이제야 내게서 안녕
송희 시인의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부모님의 빈자리.
그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구멍 난 가슴에
그랬더라면...이란 아쉬움만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붙들고 있으면 안 된다 싶어
이제 그만 편안하시라고 안녕을 고해보지만,
내일이 되면 다시 그리움에 목이 메여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