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6 (토) 복날
저녁스케치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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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우려낸 국물을 훌훌 들이키고도
상 위에 수북이 뼈다귀가 남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을 참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시지 않는 당신의 밥상 앞에서
쪽쪽 뼈들을 발라내고 빨아먹기도 했었습니다.

상 위에 수북이 쌓인 뼈들이
당신인 것을 안 뒤에도 한참을
한 번 소리 내 우시지도 못한 당신,

복날이 지나고
가을바람 서걱일 때
텅 비어버린 당신의 뼈 속으로
우수수 바람이 스며듭니다.

젖살 뿌옇게 오른 세계에서
또 아기가 태어나고
나도 늙어 당신의 뼈마디에서 들리는
음악소릴 연주해 볼 참입니다.

여름이 곳곳에서 무성합니다.

조하혜 시인의 <복날>


오로지 자식들만 위하며 사느라
뼈에 바람 드는지도 모르고 산 어머니.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한 그 속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되었을지.
이제야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바람 든 뼈마저 앙상해져버린
어머니 모습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