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 (화) 초롱꽃
저녁스케치
2022.08.02
조회 514

아무도 지나지 않는 외진 벌판
비를 피하다가
바위틈에 핀 한 송이 초롱꽃을 보았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부러질 듯
가냘픈 꽃대에
파리한 꽃송이 몇 개...

코를 가까이 대보니
풋풋한 소녀의 볼 향이 나는데
수줍어 얼굴을 붉힙니다

나는 그만 민망하여
못 본 체 일어서려는데
살며시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이렇듯 험한 곳에
등불을 들고 서 있던 것은
당신을 기다린 때문이라며
비로소 찔끔
한 방울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김별 시인의 <초롱꽃>


아픈 자신을 위해
약초를 구하러 간 동생을 기다리다,
초롱불을 들고 나섰던 누나가
죽은 자리에서 피었다는 꽃.
그래서 동생의 성실함과
누나의 고마운 마음이 꽃말이 되었다죠.
그럼에도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듯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초롱꽃.
그런 초롱꽃처럼 언제나 성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