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8 (금) 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저녁스케치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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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한여름 폭우 되어 너를 만나리
번쩍 번쩍 손길에 번개 이끌고
우르릉 우르릉 발길에 심장 울리며
그치지 않는 장마 되어 너를 찾으리
밤이고 낮이고 쉬임 없어서
잠깐은 멈췄으면 싶어도 질 때까지

사랑이란
가슴을 적시는 게 아니라
가슴이 잠겨 버리는 것이다

사랑이란 또 한가슴
잠겨 버리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양광모 시인의 <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한 방울 또 한 방울
툭툭 떨어져 비 꽃을 피우더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젖게 만드는 장맛비처럼,
세포 하나하나 남김없이 잠식해버린
깊은 사랑에서 헤어 나올 수 없던 날들이 있었지요.
그런 장맛비 같은 사랑은 끝난 지 오래라 여겼는데,
가랑비 같은 안부에도 마음이 촉촉해지는 걸 보면
그 사랑, 그저 잠시 소강상태였던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