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9 (토) 못 말리시는 어머니
저녁스케치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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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그만 짓겠다고
작심한 듯
작년 가을 창고 깊숙이 보관해 둔
농기구 다시 꺼내 당신의
유모차에 싣는다

어기적어기적 골목을 빠져나와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오르시며
이놈의 숨이 끊어져 부러야 연장을 놓제
그러기 전에는
안 된다 안 된다시며
감자밭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
아픈 다리 질질 끌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
힘없다 힘없다 하시면서
저런 힘이 어디서 솟구치실까

어머니 손길 닿는 곳마다
잡풀들이 아우성이다

안규례 시인의 <못 말리시는 어머니>


우리 어머님들 정말 못 말려요.
죽겠다 죽겠다 하시면서 소일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고,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자식 먹거리는 꼭 손수 챙기셔요.
이제 저승사자 만나도 하나 이상할 것 없다 하면서도
지팡이며 유모차며 뭐든 짚고 꼬박꼬박 운동도 하시죠.
그런 어머니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고, 죄송해져,
앓는 소리하지 말라며 잔소릴 하지만, 어머니 아시죠?
그 잔소리 말예요, 이렇게 오래오래 곁에 계셔달라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