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8 (수) 두부
저녁스케치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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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희고 무르고
모가 나 있다
두부가 되기 위해서도
칼날을 배로 가르고 나와야 한다

아무것도 깰 줄 모르는
두부로 살기 위해서도
열두 모서리,
여덟 뿔이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사납게 모 나는 두부도 있고
이기지 않으려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모질게
모 나는 두부도 있다

두부같이 무른 나도
두부처럼 날카롭게 각 잡고
턱밑까지 넥타이를 졸라매고
어제 그놈을 또 만나러 간다

이영광 시인의 <두부>


아무리 반듯하게 각 잡고 있어도
두부처럼 여리디 여린 그 마음 다 보여요.
간수 만큼이나 짜디 짠 눈물을 삼키며
더 단단해지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다그쳤는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도 알아요.
그럼에도 또 다시 두부만큼이나 쉽게 깨지겠지만,
그 또한 외강내유가 아닌 외유내강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