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6 (목) 인생을 빨래할 수 있다면
저녁스케치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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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때를 헹구고 싶다
빨래처럼 박박 문질러 때를 지우고
그래도 지지 않는 눈물의 얼룩은
푹푹 삶아서 방망이로 탕탕 두들기고
그늘진 구석에 처박혔던
기억의 모든 상처를 들추어내고
꺾인 날개 잘 꿰매어 뽀얗게 헹구고
쾌청한 바람 부는 어느 날
푸른 벌판 빨랫줄에 곱게 펴 널어
쨍쨍한 햇빛에 바짝 말리고
뽀송거리는 상큼함으로
거두어 드리고 싶다
고은영 시인의 <인생을 빨래할 수 있다면>
아픈 기억을 지워주는 세제를 넣고
응어리 진 마음을 풀어주는 섬유유연제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뽀송뽀송하게 마음까지 건조되는
인생 세탁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근데, 우리에겐 시간이란 무기가 있잖아요.
눈물이 날 땐 바람에, 햇살에 마음을 맡겨 봐요.
시간이 흐르면 빨래가 마르듯
눈물 젖은 우리 삶도 결국엔 마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