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7 (금) 시골 버스 바쁠 게 없다
저녁스케치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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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버스 기사 아저씨는
혼자 노래하다가 신나면
우리한테도 시킨다.

날마다 같은 동네를 다녀서
시집간 누나 이야기도 묻고,
바쁘게 뛰어오지 말고
일찌감치 나오라고 야단도 친다.

한 시간에 한 대
아니면 두 시간에 한 대
할머니들은 삼십 분을 기다려서
십 분을 타고 간다.

하루는 몰던 차 세워 두고
동네에서 물 좋기로 이름난
명훈이네 물 받으러 간 기사 아저씨 들으라고
차에 타고 있던 할머니들
“차비 깎아야 한다!” 소리치셨다.

남호섭 시인의 <시골 버스 바쁠 게 없다>


느릿느릿한 시골 버스엔 여유가 넘칩니다.
한참을 달리다 멈춰 서서 뛰어오는 누군가를 기다려도,
만물상도 아닌데 자전거며 온갖 보따리를 싣느라 지체돼도,
몇 십 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죠.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날이면 생각합니다.
인생도 시골 버스의 속도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바쁠 것 하나 없이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