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3 (목)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저녁스케치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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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후텁지근한 가슴속에
자존심처럼 간직했던 일들
우르르 쾅쾅
눈물로 쏟아버릴 수 있어
난 행복하다.

그리움이 먹구름처럼 끼고
사랑도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는 장마철이면
들고 나갔던 우산을 잊어버려도
핑계가 있어 난, 행복하다.
그러다 가슴속까지 흠뻑 젖어도
난 행복하다.

울다가도 웃는 세상.
참 지조 없는 세상.

그래서 난, 행복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런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대의 세상에서
웃고, 또 울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더 없이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없어도 난, 마음껏 행복하다.

신현식 시인의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맑게 갠 파란 하늘같은 날만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삶은 장마기간의 날씨만큼이나 늘 변화무쌍하죠.
그래서 애써 웃고 싶지 않을 땐 비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너 오늘 왜 그래?’ 하면 ‘응~날씨가 꿀꿀해서.’하면 되니까요.
오늘도 먹구름 가득 드리운 맘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애꿎은 장마 핑계를 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