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1 (토) 세족
저녁스케치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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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섬의 발을 씻어 준다
돌발톱 밑
무좀 든 발가락 사이사이
불 꺼진 등대까지 씻어 준다
잘 살았다고
당신 있어 살았다고
지상의 마지막 부부처럼
섬이 바다의 발을 씻어 준다
조명 시인의 <세족>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발을 씻어 주는 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애썼을 발에게,
그 발의 주인에게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존경과 감사일 거예요.
부부로 산다는 건 어쩌면 세족을 하듯
평생을 서로의 아픔과 허물을
닦아 주는 일인지도 몰라요.
서로의 발을 씻어주며 장관을 이루는
파도와 바위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