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6 (목) 민들레 우체국
저녁스케치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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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햇살 소인을 찍어 편지를 띄웁니다
어떤 사연은 무거워서 강물에 내려놓고
또 어떤 사연은 두근거려 산비탈을 넘지 못합니다
그대가 꽃의 마음을 물어물어
편지 한 장 원한다면
어머니에게 보내는 안부는
장독대 근처에 놓아두겠습니다
아버지의 삽자루가 꽂혀 있는
논둑에도 내려놓겠습니다
먼데서 가끔 달을 볼지도 모를
누이의 뒤란도 노랗게 밝혀야겠지요
사랑은 마른 논에 논물 들 듯
천천히 적시는 것이라고 쓴 편지는
더 오래 더 먼 기슭까지 보냅니다
차마 전하지 못한 편지들은
누군가의 안부를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담벼락에 내려놓겠습니다
봄이 끝나기 전에 어느 눈 밝은 이가 꺼내보겠지요
누가 펴 봐도 노랗게 웃을 얼굴을 기억하며
홀씨 하나하나의 안부를 섬깁니다
허영숙 시인의 <민들레 우체국>
봄이 한창일 때 민들레는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여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그런 줄 알았는데,
직접 안부를 전하고픈 마음이었네요.
이제 담장 위에서, 아스팔트 사이에서,
호젓한 산책길에서 노랗게 웃는 민들레를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를 건네야겠어요.
일 년을 기다려 받은 귀한 안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