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은,
푸른 하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아릿한 7월이 뭉게구름 솔솔 끌어내려
시원한 그림자를 만들어 주었다.
겨드랑이 속으로 숭숭 들락거리는
처서 바람이 섬뜩하게 달라붙을 때도,
탱탱한 8월의 한 톨 푸른 대추가
입안 가득 가을을 채워주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황금빛 들판에서
남루한 옷 걸치고도 즐거워하는,
허수아비 그 빛바랜 주름살이
우리의 서러운 강물이었기에
지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승리임을 안다.
박종영 시인의 <그해 여름은>
바라던 여름의 모습도,
원하는 대로 흘러간 7월도 아니었지만,
또 8월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다시 힘을 내보기로 해요.
지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승리란 말처럼
무용담은 승자들의 자랑이니까.
선선한 가을이 오면 ‘지난여름에 말이야~’하며
잘 견뎌낸 여름을 추억할 수 있도록 말예요.